인공지능디자인협회장이 말하는 ‘AI 디자인 시대와 교육’ - DIGITAL iNSIGHT 디지털 인사이트
“AI 시대, 1만 인공지능 디자이너를 양성하겠습니다”
지난 9일 산업부에서 ‘AI 디자인 확산 전략‘을 발표하면서 내보인 포부였다. 핵심은 전 세계적인 AI 디자인 트렌드에 한국이 뒤처지지 않도록 핵심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겠다는 이야기다. 마침내 국내 디자인 업계에도 본격적으로 AI라는 새로운 파도가 들이치게 된 것이다.
디자인 업계의 반응은 가지각색이다. AI가 디자이너를 대체할 것이라 말하며 두려워하는 반응, 결국 AI는 새로운 도구에 불과하다는 반응,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지금이라도 AI를 공부해야 한다는 반응 등 많은 디자이너가 저마다 의견을 내며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그중엔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반응도 있다. 이전부터 AI 디자인 트렌드를 예고했던 이들이다. 그동안 여러 UI·UX 디자인 강연에 참가해 AI 시대의 디자인을 주제로 발표해온 유훈식 교수 또한 이들 중 한 명이다.
유훈식 교수는 현재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미디어비즈니스학과에서 UX 디자인랩을 운영하며 사용자경험전문가협회에서 이사로 활동 중이다. 그는 17년 넘게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현대자동차, SKT 등 다양한 기업과 UX 연구와 과제를 수행해온 사용자 경험 전문가다. 지금은 인공지능디자인협회의 회장으로 역임하며 AI를 활용한 UX 디자인을 활발하게 연구 중이다.
유훈식 교수는 AI 디자인과 AI 디자이너의 정의를 묻는 질문에 AI 디자인은 ‘AI 시대에 디자인하는 새로운 관점’이며, AI 디자이너는 ‘AI 시스템을 세팅해 AI가 기존에 디자이너들이 하던 디자인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이라고 했다.
UX 전문가이자 AI 디자인 연구자인 유훈식 교수는 디자인 업계의 현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AI 디자인은 어디까지 발전한 상태이며, AI 디자이너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또 앞으로 디자이너가 생존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물었다.
AI 디자인과 AI 디자이너의 현주소
AI 디자인이라는 용어의 의미가 모호한 것 같습니다. 산업 디자인, 패션 디자인 등과 달리 AI 디자인이 ‘AI를 디자인하는 분야’는 아니잖아요.
저도 2년 동안 계속 연구하고, 교육하면서 “이 용어가 괜찮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각 디자인은 시각물을 디자인하죠. 패션 디자인은 의상을 디자인하고요. 그런데 AI 디자인은 AI를 활용한 디자인을 뜻하니까요. 그래서 한때 ‘AI 파워드 디자인’이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했어요. 하지만 AI가 디자인을 할 수 있도록 세팅하는 것이 AI 디자인 작업인 만큼, 우리가 하는 일을 AI 디자인이라고 말해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최근에 정립됐어요.
현재 AI 디자인 업계는 어떤 상태인가요?
기술 수용 주기 자료 이미지로 보면 조금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 AI 디자인은 ‘테크놀러지 라이프 사이클’이라고도 부르는 자료에서 두 번째 단계인 ‘얼리어답터’를 넘어가는 변곡점이라 생각합니다. 혁신자와 얼리어답터를 넘어 점점 일반 사용자도 AI 디자인에 도전하기 시작한 거죠.
그렇다면 기업도 현재 AI 디자이너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주로 개인들이 AI를 사용했지만, 최근 본격적으로 기업도 AI 디자이너 채용 공고를 꽤 많이 올리고 있습니다. 올해 초엔 거의 없었는데요. 지난주에 제가 채용 사이트에 들어가 검색을 해보니 채용을 진행하는 곳이 많았습니다. 저에게도 기업 측에서 강연이나 컨설팅 요청도 많이 들어오고 있죠.
이제 정말 AI 디자인 시대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군요.
네, 생산성과 효율성을 중요시하는 기업에서 수요가 생기는 만큼, AI를 공부하는 디자이너들도 많아질 겁니다. 앞으로 폭발적으로 변화해 대략 3년 이내에 적극적으로 AI를 활용해 디자인하는 시기가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은 기업의 수요에 비해 시장의 AI 디자이너가 많이 부족하지 않나요?
실제로 AI 전문가가 부족하다 보니 KT나 SKT 같은 대기업의 경우엔 전략적으로 자체 교육 센터까지 운영하면서 사내 직원 교육을 하고 있어요. 특히 프로젝트 단위 교육을 많이 합니다. 실무 작업을 어떻게 하면 AI로 대체할 수 있을지 프로젝트를 진행해 과제를 주는 거죠.
그런데 최근 산업부에 따르면 국내 AI 디자인 도입률이 저조하던데요?
우선 대표님들부터 AI에 적응하기 어려움이 있는 것 같아요.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다 보니 디자인 분야는 다들 잘 아시지만, AI 기술 이해도나 실제 AI 도구 사용 경험이 부족하거든요. 때문에 AI가 가지는 가치와 역량, 역할의 이해도 편차가 큽니다. 그래도 올해 초 기업 강연을 많이 다녔는데, 대부분 AI 도입을 원하시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어떤 식으로 AI를 접목해야 할지 모르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럼 현재 도입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요?
지금은 기업도, 교육기관도, 디자이너도 다 같이 서로 AI를 공부하기에 바빠요. 누군가가 주도하거나 순차적으로 바뀌기보단 기업, 정부, 개인 학교 모든 곳에서 각자 변화가 일어날 것 같습니다.
AI 디자이너 교육이 나아가야 할 길
그럼 AI 디자이너 교육은 지금 어떤 상황인가요?
지금 AI 디자이너 교육 쪽엔 전문가가 매우 적은 상황이에요. 학교를 비롯한 교육기관에서도 이제 막 교육 과정을 개발해나가고 있는 상황이죠. 그래도 작년에 비해 굉장히 체계화가 이뤄져서 좋은 교육이 많이 생겨나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체적인 AI 에서 가장 부족한게 무엇인가요?
우선 AI를 실무 작업에 접목하는 교육이 굉장히 부족해요. 예를 들면 패션 디자인이라면 패션 디자인에 AI를 활용할 수 있는 방식, 산업 디자인이라면 산업 디자인에 AI를 활용할 수 있는 방식 같은 실무 접목 교육을 해 줄 수 있는 곳이 아직 많이 부족해요. 때문에 지금은 각 분야의 실무 끝단으로 갈 수 있는 형태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AI 디자이너 교육에서 가장 중요하다 생각하는 게 있다면 무엇일까요?
보통 교육할 때 크게 3가지 파트를 나눠 교육하고 있어요. 첫 번째는 ‘텍스트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으로, 텍스트 생성 AI 활용법 교육이에요. 두 번째는 ‘이미지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인데, 원하는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입니다. 이 두 가지는 거의 모든 디자인 분야에서 다 똑같이 적용돼요.
그럼 마지막 세 번째는 모든 디자인 분야에 적용이 어려운 건가요?
네, 마지막 파트는 UI·UX 분야의 경우 피그마, 갈릴레오 AI 같이 자신의 디자인 분야에 특화된 도구들을 잘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교육이에요. 전 AI 디자이너 교육에 이렇게 3가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교육을 많이 하셨는데 그중 인상 깊었던 일화가 있을까요?
최근 한국디자인진흥원에서 AI 활용한 교육과정을 의뢰해 디자인 전공 대학원생 40명을 모아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교육과 실습을 병행했어요. 그때 저희는 멀티 모달 AI로 교육을 했는데요. UI·UX 디자인 전공 학생들이 영상도 만들고 음악까지 AI로 작업해오더군요. 기존엔 각자의 전문 분야에 국한된 느낌이 있었는데, 이제 AI를 활용하는 덕에 디자인 창작의 폭이 굉장히 넓어졌다고 느꼈습니다.
AI 시대 디자이너의 생존 전략
요즘 AI 디자인 수강생들이 가장 걱정하는 건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가장 걱정하는 것은 직업 상실의 걱정이죠. 기존에 숙련된 사람이 어렵게 해왔던 작업들을 AI가 쉽게 해내는 것을 보거나, 관련 뉴스를 보면서 ‘디자이너가 많이 필요할까?’ 하는 고민이나 두려움을 가지는 것 같아요.
실제로 산업부 보도자료를 보고 일자리가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반응도 많은데요.
옛날에 동네에 하나씩 있던 현수막 디자이너 분들이 많이 없어졌던 것처럼, 이제 디자인적 소양 이외에도 AI 활용 기술을 둘 다 갖춘 분들이 각광받는 시대가 올 겁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사회가 필요로 하는 단순 디자이너의 숫자가 줄어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조금씩 하고 있어요.
역시 단순 디자이너의 숫자는 줄어드는군요.
네, 실제로 UI·UX 디자인의 경우 스테이블 디퓨전에는 웹 UI라고 하는 방식이 있는데 워크플로우를 만들어 놓을 수 있어요. 사실상 인풋 이미지 소스나 명령어만 바꾸면 되는 템플릿을 만드는 것이죠. 디자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속도나 생산성이 엄청나게 높아지는 겁니다. 훨씬 소수의 인원을 가지고도 고퀄리티의 결과물을 뽑아낼 수 있는 시대로 가고 있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다가온 AI 시대 디자이너가 살아남기 위해 갖춰야 할 역량은 무엇일까요?
저도 그랬지만 보통 글을 읽는 것보다 그림을 좋아하는 분들이 디자인을 해요. 저희 학생들은 대학원생인데 논문을 쓰라고 하면 글보단 논문의 디자인을 먼저 봅니다.(웃음) 많은 디자이너가 AI 시대에 언어로 디자인하게 됐다는 점을 어려워합니다. 때문에 프롬프트, 즉 인문학적 관점의 언어 기반 디자인 능력과 AI 도구 사용 능력을 갖추는 게 중요해 보입니다. 그리고 사실 디자이너분들이 막상 배우기 시작하면 기존에 AI를 만지던 분들보다 더 잘하기도 합니다.
디자이너가 배우면 더 잘한다?
네, 제가 교육을 해보니 오직 AI 도구 교육만 받으신 분들은 툴 사용법만 알아서 그런지 결과물의 퀄리티가 디자인 관점에서 그리 좋지는 않아요. 하지만 기존에 디자인적 역량이 뛰어났던 디자이너분들은 AI 툴 사용법을 조금만 알아도 쉽게 활용하고 응용해서 훨씬 더 멋진 결과물을 많이 만들어냅니다.
그럼 디자이너가 배울만한 AI 디자인 툴을 추천해준다면요?
시각 디자인을 주로 하시는 분들에겐 스테이블 디퓨전을 권합니다. 왜냐하면 UI디자인과 다르게 의상이나, 건축, 제품 등은 작업물 특성상 상황 및 요청에 따라 자료에도 세부적인 조정을 해야 할 때가 많거든요. 이 때 스테이블 디퓨전은 그런 세세한 조정이 가능합니다.
마지막으로 디자이너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일단 긍정적인 시각을 갖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해요. 미래는 정해져 있는 운명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니까요. 절망적인 미래를 꿈꾸고 바라보면 절망적인 미래가 다가오는 거죠. 반대로 밝고 긍정적인 미래를 만들고 싶다는 시각을 가지면 긍정적인 미래를 만들 수 있습니다. AI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결국 새로운 기회는 지금 같은 변동성 속에서 오거든요. 특히 다양한 AI 도구를 쉽게 학습할 수 있는 젊은 세대 디자이너분들에겐 긍정적인 목표를 갖고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