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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도성 순성, 본래 의미는 기원·희망”

한국연구재단 2018년 인문도시지원사업

“한양도성 순성, 본래 의미는 기원·희망” : 사회일반 : 사회 : 뉴스 : 서울&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첫 강의
도성 하루 만에 돌면 과거 급제 속설
“한양도성 이야기가 서울의 정체성”
순성이야기 디지털로 현대화
이소영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이사가 8월24일 오후 5시 한양도성 혜화동 전시안내센터 1층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순성의 본래 의미는 기원이나 희망을 뜻하는데, ‘하루 만에 한양도성을 돌면 과거에 급제할 수 있다’는 말에서 속설이 퍼지기도 했습니다.”
이소영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이사는 8월24일 오후 5시 한양도성 혜화동 전시안내센터 1층에서 열린 ‘조선 시대 문학을 통해 알아보는 한양 사람들의 정서’라는 주제의 강연에 앞서 “순성의 의미를 되살리면 한양도성을 희망과 호연지기를 키울 수 있는 곳으로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선 시대 백성들이 한양도성을 돌면서 소원을 비는 놀이를 순성이라고 했다 한다. 이 이사는 ‘디지털 인문도시 프로젝트: 순성의 복원’의 인문학 강연 중 첫 번째로 열린 이날 강연에서 “조선 시대 문학에 나타난 사랑 등 감정 표현을 통해 당시 한양도성에 살았던 사람들의 정서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순성의 복원’은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SMIT) 인문도시사업단이 한양도성을 주제로 서울시와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서울미술관, 슬로우슬로우퀵퀵과 함께 진행하는 인문학 대중화 사업이다. 한양도성을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서울의 600년 역사와 성 안팎 민중의 이야기를 품은 인문학적 소통의 매개체로 삼아 지금껏 가려져 있던 시간과 공간을 불러내 현대의 도시민과 소통하게 하는 작업이다.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는 2008년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센터(DMC)에 만들어진 미디어특성화 대학원으로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는 곳이다.
‘순성의 복원’은 놀이와 소실된 공간 두 가지를 복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이사는 인문도시사업단은 올해부터 3년간 매년 38회의 인문 강좌, 놀이와 체험 중심의 증강현실 프로그램 개발, 도시 프로젝션 매핑(대상물에 영상을 비춰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내는 기법)을 활용한 인문 축제 등을 통해 서울의 인문학적 가치를 높여갈 계획이다.
‘순성의 복원’을 기획한 최정은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교수(융합미디어 전공)는 “한양도성 건설과 재건 사실만 기록으로 남아 있어 실제로 도성 민중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궁금했다. 이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지금 서울 사람들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600년 된 도시에서 성곽이 품고 있는 이야기들이 곧 서울의 정체성이라 봤다”고 말했다.
‘순성의 복원’은 디지털인문학적 방법론으로 과거와 현재의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문학, 역사, 철학 등 고증적 자료에만 매달려 연구하는 데서 벗어나 이를 현대화하고 재해석하는 데 디지털 기술을 활용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학자와 작가가 협업하고 있다.
놀이와 체험 중심의 증강현실 프로그램은 인문학자 6명과 작가 6명이 한 팀을 이뤄 6개의 시선으로 한양도성에 숨겨진 문화와 역사를 재해석해 증강현실 영상을 만드는 작업이다. 한 예로 한양도성은 6곳이 끊어진 채로 있는데, 올해 말에는 이곳을 방문하면 작가가 디지털로 복원한 한양도성의 모습을 모바일 앱으로 체험할 수 있다.
또한 인문학자는 조선 시대 사료를 바탕으로 한양도성이 어떻게 지어졌는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는지 연구하고, 작가는 이를 바탕으로 ‘조선 시대 한양도성 사람 이야기’를 담은 애니메이션 형태의 영상 소설을 만든다. 특정한 한양도성 자리에 가면 모바일로 해당 소설을 볼 수 있다. 최 교수는 이를 통해 “인문학적 연구 결과를 증강현실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대중과 소통하게 만들고, 경험을 확장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한양도성은 품고 있는 이야기가 많은데, 밤에 바라보면 ‘불빛으로 된 경계선’ 느낌이어서 안타까웠다”며 “성곽을 만든 사람들,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과 눈물과 고통 같은 가치를 발굴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인문강좌 시리즈 두 번째 강연은 심흥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초빙교수가 ‘정치지리학적 소통의 문’을 주제로 31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